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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정복하기

세계의 커피 문화 이야기 [지중해 및 중근동 국가]

by 쏭주부 2025. 1. 6.

지난 몇 년간 '스페셜티 커피'로 알려진 커피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작은 커피숍들이나 카페, 체인점, 에스프레소 판매점 등이 확산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점차 전 세계에서부터 만들어지는 원산지 커피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소비자들이 좀 더 재미있고 이국적인향을 인식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커피의 향은 점점 복잡해져가고 있다. 예전에 와인이 그러했던 것처럼 커피는 일종의 세련된 음료가 되었고 동일한 역사적 배경과 현대식 마케팅에 힘입어 현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의 커피 시장은 그들 자신만의 구별된 특성을 갖고 있으며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도 또한 함께 어우러져 있다. 커피를 즐기는 것과 그 지역적인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가장 흥미로운 지역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자 한다.

 

■ 지중해 및 중근동 국가

아라비아인들의 하루는 아침기도와 커피로 시작된다. 이들은 아침기도를 마치면 커피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커피를 끓이는 일은 남자들의 몫이다. 먼저 원두를 배전하고 이를 식힌 다음 오목한 절구에 넣어 빻은 다음 카더몬(cardamom) 같은 향신료를 섞는다. 보통 설탕은 쓰지 않으며 남자들이 커피를 만드는 동안 여자들은 빵을 굽는다.

카더몬 (인도, 스리랑카, 과테말라에서 생산되는 생강 비슷한 식물의 열매)

 

 

①  튀르키예

 튀르키예 사람들은 모닝커피를 마시는 것을 커피의식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커피를 좋아한다. 그리고 커피의 거품을 능숙하게 낼 수 있어야 신부가 될 자격이 있다는 전통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난 후 남은 찌꺼기를 가지고 운세를 점치는 문화도 가지고 있다. 튀르키예의 커피는 매우 좋은 품질의 커피를 가루로 내어 이브릭이라고 하는 포트 안에 넣어 설탕과 뜨거운 물을 함께 넣고 우려낸다. 그 후 작은 커피잔에 따르고 가루가 가라앉으면 농후하게 된 윗물만을 마신다. 사루(縷) [실의 가닥] 상태로 커피를 마시는 일은 튀르키예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다.

튀르키예의 이브릭 커피 도구

 

②  그리스

그리스인은 하루 3회 정도 아침 오후 3시, 5시경 커피 또는 홍차를 즐겨 마신다. 커피에는 대개 우유를 넣어 마시며 때에 따라 튀르키예 커피를 데미타스 잔에 따라 마시는 습관이 남아 있다. 이들은 보통 커피를 다 마시고 나면 잔을 접시에 엎어 남아 있는 커피가 그리는 모양으로 자신의 앞일을 예측하는 커피점을 치기도 한다.

 

데미타세잔 (75ml 약 2.5oZ의 잔)

 

■ 아프리카 국가

아프리카 대륙의 커피생산 국가들은 커피를 화폐성 작물 또는 주로 수출용으로 재배하고 있으며 그 중 에티오피아는 자국이 생산한 고품질의 커피 중 자국 내에서 소비하는 비율이 높은 국가이다. 아라비카 원두의 본고장에서 커피의 전통은 계속되고 있고, 이 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커피를 손으로 직접 볶고 분쇄하여 끓여서 마시고 있다.

 

①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의 '커피 세레모니(coffee ceremony)'는 식사 후나 귀한 손님이 왔을 경우, 아니면 특별한 행사가 있을 경우에 우정의 표시로 행해지는 행위이다. 커피 세레모니는 보통 넓은 평지 위에 윤기가 흐르는 케트마(ketma) 잎사귀를 깐 후, 그들만의 독특한 전통의상인 네텔라를 입은 여성에 의해 이뤄지며, 커피 세레모니를 위한 준비 과정이 끝나면 손님이 오는 시간에 맞추어 송진향 혹은 유칼립투스 가루를 태워 연기를 피운다. 그리고 손님이 보는 앞에서 커피 생두를 물에 씻은 후 프라이팬 모양의 철판 또는 국자 모양의 용기에 담아 볶기 시작한다. 원두가 잘 볶아지면 손님들이 향을 맡아 볼 수 있도록 돌리는데, 이때 잔이 각자의 자리에 올 때마다 손으로 부채질하듯이 커피 향을 음미한다. 그리고 다 끓인 커피는 스니라는 손잡이가 없는 커피잔에 담아내게 된다.

 에티오피아에서는 한 사람에게 보통 석 잔의 커피를 주는데 같은 원두를 계속해서 우려내기 때문에 첫 잔이 가장 진하고, 두 번째, 세 번째 순으로 농도가 약해지게 된다. 이때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첫 번째 잔은 아볼(Alol), 두 번째 잔은 후에레타냐(Hueletanya), 세 번째 잔은 베레카(Bereka)' 라고 부른다.

 에티오피아에서 손님에게 3잔을 대접하는 것은 상대를 예우한다는 뜻이며 커피를 받은 사람은 주인이 대접하는 석 잔을 다 마시는 것을 예의라고 생각한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커피 세레모니 때, 보통 한잔에 세 스푼 정도의 설탕을 넣어 마시고 가끔 향이 나는 풀을 커피에 넣어 마시기도 한다. 이 커피 세레모니는 1시간에서 길게는 2시간 이상 걸리며 그 시간 동안 초대된 사람들은 볶은 보리나 팝콘 혹은 '다보'라고 하는 에티오피아 전통 빵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에티오피아 인들은 커피 세레모니를 통해 대화하고 교류하는 것으로 그들에게 커피는 단지 마시기만 하는 음료가 아니라 문화이자 생활이다.

 

 

 

②  수단

수단 사람들은 크로브(Clove) 등의 향신료를 커피에 넣어 블랙으로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크로브 (크로브(정향)은 따뜻하고 달콤하고 향기로운 맛으로 인해 향신료로도 유명하다.)

 

수단의 국기

 

■ 서유럽 국가

일반적으로 북부유럽 시장은 약하게 볶아서 물에 끓여 나오는 부드러운 커피를 선호하지만 남부유럽으로 갈수록 커피는 더 진해지고 물의 양은 적어지는데, 강한 블랙의 커피는 남부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가면 더욱 더 진해진다.

①  네덜란드

진한 커피에 설탕을 넣은 후 크림병과 물병을 함께 내놓는 것이 네덜란드식 커피이다. 또한 시간을 들여 우려낸 커피에 흑설탕이나 초콜릿, 와인, 잼 등을 넣고 즐기는 도이치 커피로 불리는 스타일도 있다.

 

②  벨기에

초콜릿의 역사가 깊은 벨기에에서는 카페나 바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항상 작은 정사각형 모양의 초콜릿이 함께 제공된다. 벨기에는 매우 많은 소규모 커피 로스터들이 있으며, 이탈리아처럼 각 지역의 바(bar)나 음식점마다 로스터들이 있다.

 

③  이탈리아

잠자리에서 일어난 후 커피를 가장 먼저 마시는 사람들이 바로 이탈리아 사람들이다. 거리에는 서서 커피를 마시는 곳이 많아 에스프레소 커피 등을 언제나 즐길 수 있다. 에스프레소에 거품을 만들어 우유를 더한 후, 시나몬 가루나 초콜릿 가루를 뿌려 즐기는 카푸치노(Cappuccino), 설탕, 브랜디, 초콜릿을 넣은 컵에 커피를 따르고 휘핑크림을 얹는 카페 베네치아(Cafe Venezia), 르네상스 시대 보르지아의 집을 기념하여 이름 지어진 카페 보르지아(Cafe Borgia), 계란을 사용한 카페 이탈리아노(Cafe Italiano) 등 이탈리아에서는 커피를 즐기는 방법도 여러 가지이다. 이들은 주로 강하게 볶은 원두를 곱게 분쇄한 커피가루를 사용하여 데미타스 잔에 담아 그대로 마시거나 설탕을 넣어 마시는가 하면 아침에는 코냑을 넣어 마신다.

 에스프레소의 본 고장인 이탈리아에서는 정작 "에스프레소"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카페"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이는 카페라는 용어가 항상 에스프레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소량의 검은 음료수인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의 어디에나 있으며, 대부분의 바(bar)들은 알코올 음료와 커피를 나란히 제공한다. 이탈리아어인 "바리스타"는 바텐더를 의미하는 것으로 현재는 커피를 만들고 준비하는 전문가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하고 있으나 이탈리아와 유럽에서는 "바리스타" 용어는 커피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음료수를 잘 만드는 사람을 의미한다. 커피와 술을 혼합하는 것은 북미의 커피숍에서는 아직도 흔치 않은 일이지만, 많은 유럽 시장에서는 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