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디저트라고 하면 떠오르는 게 뭔가요?
달지 않을 것 같고, 퍽퍽할 것 같고, 뭔가 ‘건강하다’는 느낌은 있는데 입이 즐겁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 아직도 하시나요?
그런데 요즘 비건 디저트는 다릅니다. 우유도, 버터도, 계란도 안 들어갔는데 이게 왜 이렇게 촉촉하고 부드러운 거죠? 거기다 요즘 카페에서는 아예 비건 전용 디저트 섹션이 따로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그렇다면 궁금해지죠. 이렇게 정성 들여 만든 비건 디저트, 대체 어떤 커피와 먹어야 찰떡같이 잘 어울릴까요?
오늘은 그 조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비건 디저트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려 줄 커피 궁합,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초코 브라우니엔 딥한 다크 로스트 아메리카노
쓴맛은 달콤함을 살리는 법
비건 초코 브라우니는 한 입만 먹어도 진한 카카오 풍미가 입안을 꽉 채웁니다. 계란이나 버터 없이도 이런 쫀득한 식감과 깊은 맛을 낼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랍죠. 그런데 워낙 묵직하고 단맛이 강하다 보니, 이와 어울리는 커피를 고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너무 연한 커피를 곁들이면 단맛만 입에 남고, 너무 시거나 상큼한 커피는 브라우니의 리치한 맛을 망치거든요.
이럴 때는 고민 없이 ‘다크 로스트 아메리카노’를 고르시면 됩니다. 진하게 볶은 원두에서 나오는 스모키한 향과 묵직한 바디감이 브라우니의 달콤함을 단단하게 잡아줍니다. 특히 쓴맛이 강조된 다크 로스트는 초콜릿의 깊은 풍미와 멋진 대조를 이루면서 입맛을 깔끔하게 정돈해줘요. 브라우니 한 조각 먹고, 아메리카노 한 모금 마시면 입안이 다시 리셋되는 느낌이랄까요?
여기서 팁을 하나 드리자면,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훨씬 잘 어울립니다. 아이스로 마시면 브라우니의 진한 맛이 커피 맛에 묻히기 쉬운데, 따뜻한 커피는 향도 맛도 고스란히 살아 있어서 디저트와의 밸런스를 잘 맞춰줘요. 시럽은 넣지 마세요. 쓴맛 그대로 즐겨야 브라우니의 단맛이 더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진짜 커피 애호가라면, 이 조합은 꼭 한번 경험해보시길 권합니다.
레몬 파운드케이크엔 산미 있는 예가체프 드립
상큼함에 상큼함을 더하면 생기는 일
비건 레몬 파운드케이크는 먹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는 디저트입니다. 레몬즙과 제스트가 듬뿍 들어가 있어서 첫 입부터 상큼하고 청량한 느낌이 확 올라오죠. 일반적인 파운드케이크보다 가벼우면서도 입안에 촉촉하게 머무는 식감이 매력적입니다. 특히 계란이나 버터 없이 만들어졌다는 걸 알고 나면, 이 퀄리티에 더 감탄하게 돼요.
그런 레몬 디저트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커피는 단연 예가체프 드립 커피입니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는 꽃향기와 산미, 그리고 가볍고 부드러운 바디감을 가진 커피로 유명하죠. 이 커피의 과일향과 산뜻한 끝맛은 레몬 파운드케이크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줍니다. 두 가지 모두 상큼한 계열이라 서로 부딪히지 않고 오히려 더 시너지 효과를 내죠.
특히 비 오는 날, 살짝 쌀쌀한 오후에 따뜻한 예가체프 한 잔과 레몬 파운드케이크를 곁들여보세요. 창밖을 보며 천천히 음미하면 그 조화로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를 거예요. 만약 드립커피가 어렵다면, 콜드브루 중에서도 산미 강조된 제품을 고르면 좋습니다.
산뜻함에는 산뜻함으로 맞서는 게 포인트입니다. 디저트가 상큼할수록, 커피 역시 상큼해야 둘 다 살아나요. 은은한 꽃향과 함께 입안에서 퍼지는 레몬의 청량함, 이것만큼 깔끔한 조합은 드물 거예요.
넛츠 스콘엔 고소한 오트라떼
비건이니까 우유도 오트로 갑니다
넛츠가 듬뿍 들어간 비건 스콘은 한 입 한 입이 아주 알찹니다. 잼 없이 그냥 먹어도 충분히 맛있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퍼지는 게 특징이에요. 일반 스콘보다 덜 달고 더 담백한 맛이라, 그 특유의 거친 텍스처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만족스러운 디저트입니다. 특히나 버터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풍미가 괜찮은 건, 아몬드, 해바라기씨, 피칸 같은 고소한 견과류가 주는 맛 덕분이죠.
이런 넛츠 스콘과 잘 어울리는 커피는 오트라떼입니다. 우유 대신 귀리로 만든 오트밀크를 사용하는 이 라떼는 비건 지향 식습관에 맞을 뿐 아니라, 맛도 진짜 훌륭해요. 고소하면서도 부드럽고, 살짝 단맛이 느껴져서 스콘의 담백한 맛과 잘 어울립니다. 특히 스콘에 버터의 기름짐이 없으니, 라떼의 크리미함이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채워주는 느낌이에요.
라떼 종류 중에서도 오트라떼는 아몬드 밀크보다 덜 묽고, 두유보다 더 깔끔합니다. 무엇보다 입안에서 텁텁한 느낌이 적어서 넛츠 스콘처럼 바삭하고 담백한 디저트와 먹기에 딱입니다. 무가당 오트라떼를 추천드립니다. 넛츠 스콘은 이미 견과류의 단맛이 살아 있기 때문에, 커피까지 달면 오히려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어요.
이 조합은 ‘담백한 디저트+고소한 음료’라는 시너지의 정석이에요.
오전 티타임, 혹은 조용한 오후의 브런치 타임에 잘 어울리는 구성이죠.
바쁜 하루를 잠시 멈추고, 한 모금의 여유를 즐기기에 정말 좋은 궁합입니다.